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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SEONG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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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해석이나 서사로 수렴되지 않는 상태에 관심이 있다. 여러 번의 선택이 겹친 자리에 남는 어긋남, 지워지지 않은 자국, 방향 없이 흘러가는 감각처럼 단정할 수 없는 것들에 계속 시선이 머문다. 복수의 시간과 시선이 한 화면 안에 동시에 머물 수 있다고 믿으며, 작업은 그 겹침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싶은 것은 완결된 이미지가 아니라, 보는 이가 끊임없이 다시 해석하게 되는 열려 있는 구조다. 고정된 의미보다는 정해지지 않은 관계들이 지금, 여기의 감각 안에서 포개지고, 그렇게 형성된 화면은 끊임없이 변하는 현재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이를 위해 작업에서는 그리기와 지우기, 덮기와 다시 드러내기를 반복한다. 한 번 정해진 형식에 머무르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장면 위에 또 다른 선택을 겹쳐 올리며 화면을 갱신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어긋남과 잔여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화면 곳곳에 남아, 서로 다른 시간이 한자리에 포개지도록 만든다. 화면은 하나의 결론으로 닫히지 않고, 여러 행위와 흔적이 동시에 드러난 상태로 유지된다. 이러한 태도는 회화를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이며, 지금 서 있는 오늘의 삶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현재의 표면으로 떠올려 보는 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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